그냥 살면 되는 거네
김신웅
작성일 : 19-08-09 21:03  조회 : 93회 

이 글은 오늘 롤로 메이 상담 책을 읽다가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선생님과의 짧은 상담도 있었다. 이 글은 좀 쓰기 그럴 것 같지만 기록해 본다.
 
오늘도 매우 공허했다. 나는 요즘 매 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항상 헷갈렸다. 이것은 주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 자체를 받아들이고 그냥 휴식의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데, 그 순간이 매우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결국 선생님께 상담을 받으러 갔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조울증의 모습을 요즘 보인다고 하셨다. 한 달 전 즈음부터 기분이 고양 되는 모습을 보이고, 내가 행복해 하고 만족한 삶을 보낸다고 말했다 하셨다. 그런데 요즘은 가라 앉는 시기라서, 매사에 기운이 없고, 뭘 해야 할지 갈팡질팡한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이 시기에는 무언가를 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관찰하는 시간으로 보내면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상담이 끝나고 주변 공원에 산책을 갔다. 매미 소리도 들리고 바람도 좀 쐬니 좋긴 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공허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지하철을 타고 대학 도서관으로 향하는데 그냥 혼잣말로 '그냥 살면 되네' 이렇게 뇌었다. 그러곤 저녁을 먹고 도서관에 들어갔다.
 
낮에 보던 롤로 메이 책을 더 읽는데 기분이 나아졌다. 정말 '그냥 살면 되네' 라는 말을 또 되풀이했다. 편견 같은 것은 갖지 말고, 열등감도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살면 되네, 라는 마음을 갖게 됐다.
 
정말 그렇다. 우리는 어려움이 있어 세상이 좀 더 힘겹게 느껴지고, 열등감이 있어 세상이 투명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세상은 원래 그냥 그랬어, 라는 마음으로 그냥 살면 되는 것 같다.
 
물론 위와 같은 게 말이 쉽지 나도 12년 동안이나 고뇌에 빠졌던 주제였고, 선생님과 10년을 상담하고 나서야 그나마 가볍게 보이기 시작한 문제다. 또한 나는 매사를 무겁게 접근하고, 골치 아파하는 성향이 강해 나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고, 까다롭게 하긴 했다.
 
요즘 인터넷 게시판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다들 별 일 없이 잘 사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 혼자 너무 깊이 앓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부적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게 효험을 보였는지, 오늘 내 마음은 가벼워졌다. 다른 사람들은 힘든 걸 과장하지 않네, 혹은 과장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댓글로 그걸 지적하니까 균형을 잡아가는 구나, 라는 것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그냥 내 마음을 놓아주려 한다. 그렇다고 모두 내려놓는다는 건 아니다. 그건 나보다 더 고뇌를 했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이제 주체성을 좀 더 뚜렷이 하고, 열등감을 덜 느끼고, 깨끗한 마음으로 세상을 투명하게 보려고 한다.
 
여기까지 도달하니 책에서도 쓰고 있고, 내 마음도 반향이 생기는 것이 종교다. 심리치료는 종교와 떼려야 뗄 수 없다. 나는 종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참에 외현적인 종교는 믿지 못하더라도, 나의 마음 깊이 믿는 내현적 종교는 믿어볼까 한다. 나의 충동적인 성향과 반항적인 기질을 잠재우기에는 종교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겠다.
 
좀 더 차분해지고 싶다. 오늘도 산책을 한 뒤에 글을 정리해 보고 싶기는 했는데, 글의 주제가 떠올라 금방 쓰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더 다루고 싶은 주제는 인간이란 무엇이냐? 라는 이야기다.
 
동양은 다행히 공자와 맹자를 비롯한 성현이 이 문제를 잘 밝혀두었다. 맹자는 인간이란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공자는 어진 마음을 갖고 사는 사람이라고 했고 말이다. 예수는 사랑을 말했다면, 부처는 자비를 말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 인간이란 사랑하는 사람이다. 남을 나 자신과 같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질다는 건 남의 자식과 나의 자식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거다. 결국 남을 아울러 나를 아는 게 인간이다. 그러니까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을 일컬어 우리는 인간이라고 하는 것 같다.
 
롤로 메이 책에서는 주체적이고, 사회와 조화적이며, 창조적 갈등을 지니며, 종교적 고민을 하는 사람을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한 것 같다. 나는 같은 말이라 생각한다.
 
김신웅 심리치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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