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용서하지 못하는가?
김신웅
작성일 : 19-07-21 16:28  조회 : 90회 

오늘 정호승 시인의 최근 시집을 읽었다. 모두 좋았다. 그 내용은 대부분 인생살이의 슬픔에 관한 내용이었다. 시인의 어머니가 ‘시는 슬플 때 쓰는 거다’라고 말해 주었는데, 정호승 시인은 정확히 시라는 것을 썼다. 또 시집에 많이 나오는 것이 용서에 관해서다. 삶에서 슬픈 게 우리가 마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매도하고, 짓밟는 행동을 하는 거다. 용서하면 그게 풀린다.
 
나도 12년 전에 어찌할 수 없는 충돌을 경험했다.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고 생활하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니, 사람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그때 상처받은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말, 12년이나 이어지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고, 용서는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제 돌아보면 별 일이 아닐 수 있는데, 당시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미숙했던 당시의 마음에 큰 상처로 각인되어 있어 용서가 더 어려운 지도 모르겠다.
 
가장 먼저 용서해야 할 대상은 어머니다. 어머니도 그때 분명히 힘드셔서 그런 결정을 내리셨을 거다. 이제는 조금 역지사지의 마음에서 바라볼 수 있겠다.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감정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힘들 게 살아오셔서 마음에 상처와 화병이 쌓이셨을 거다. 아무튼 어머니를 용서한다는 건 그나마 쉽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용서해야 할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이다. 그때의 나는 매우 어리숙했는데 그게 그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말이 있다. 모두들 좋은 회사인 것을 알고 그 직장에 들어가지만, 결국 그들의 하루 행복을 좌우하는 대상은 그 사람의 상사라고 말이다. 난 꽤 힘들고, 나와 스타일이 다른 상사 같은 분을 만나서 첫 사회생활이 힘든 게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요즘 마음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은 첫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에 관한 거다. 직장생활에서 상사들에게 불만과 화를 품고 있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충을 토로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올해 7월부터 ‘직장인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돼서 부조리한 일들은 많이 사라지게 됐으니 천만다행이다.
 
앞서는 내가 현실에서 직접 겪으며 고통을 느끼게 된 대상에 대해 토로했는데, 이제는 본심을 말해 볼까 한다. 나는 왜 용서하지 못하는가?
 
그건 바로, 내가 힘듦을 겪었기에 그 만큼의 보상을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상당히 큰 고통을 겪었다고 생각하기에 상당한 양의 보상을 내심 바라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어떠한 충족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나를 상당히 곤혹스럽게 하고, 매우 힘들게 했다.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 열망하지만 현실적으로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나도 이걸 겪은 것 같은데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히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내 마음을 조금씩 다독여 갈 수 있었다. 꼭 어떠한 물리적인 보상이 있어야만 나는 분노를 풀고,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을까? 답은 그게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신화학자의 책에 이그쥬가르주크라는 에스키모 원시 부족이 나온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참 지혜는 인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그것은 고통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다. 즉, 고통을 겪으며 그걸 잘 처리할 수 있어야, 우리는 이전보다 좀 더 지혜로워진다. 고통을 통해서만 우리를 고상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하나의 답을 더 해 볼까 한다. 나는 왜 모든 걸 용서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내가 세상을 오해해서 이해했기 때문이다. 역시 나는 큰 고통을 겪었으니, 그만큼 10여 년 동안의 삶이 힘들었으니, 이제부터는 쉽고 편한 삶이 펼쳐져야 하지 않나, 라고 내심 고대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당한 유혹으로 내게 다가와, 내 정신을 취하게 하고 정상적으로 삶을 유지하기 어렵게 했다.
 
이제는 이해한다. 이런 일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란 걸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는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갖은 고초를 겪는다. 물론 너무 힘들면 한 때 정신을 놓을 수 있고, 헛소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비로운 손길 덕분에 정상으로 돌아온다.
 
김신웅 심리치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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